메이저 미디어에 <Thinkers 50> 행사의 소식과 함께 중국 하이얼의 장 루이민 회장의 기사가 실렸다.
그의 말은 간단하고 명쾌하다. 그러면서도 깊이와 무게가 느껴진다.
미국 정치인들의 말을 듣는다. 상하원 청문회, 작금의 대통령 후보 토론회 등에서 보는 미국의 '프로' 정치인들의 박학다식함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평소의 학습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말의 '알맹이' 즉 말에 담긴 내용도 내용이지만 말을 전달(delivery) 하는 테크닉도 대단히 우수하단 생각이 절로 일어난다.
이시대 최고의 지성이란 촘스키의 말을 들어보라. 그가 가진 수많은 스페셜티 중엔 언어학과 기호학이 있다. 그의 말엔 애매한 구석이 없다.
종종 우리의 기업인, 정치인들의 인터뷰 기사를 본다. 그들의 말엔 한탄스러울 정도로 깊이가 결여되어 있다. 말의 깊이란 곧 생각의 깊이다. 생각의 깊이가 없고는 좋은 삶의, 경영의 전략이 나올 수 없다.
보통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생각의 깊이가 없고 말을 못할 뿐 아니라 간단한 말 조차도 꾸미고 비틀고 절반 이상은 군말을 붙여 말한다. 당장이라도 티브이를 켜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이 우수하다고 말한다. 우리의 머리가 뛰어나다는 덴 이의를 달 생각이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모국어를 계속해서 학대(abuse) 하는 한 우리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 말은 곧 생각이요 문화란 데서 말보다 더 중요한 무형의 자산은 없다.
오늘날 우리의 말이 천박해진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이렇게 생각해보자. 말의 영향력을 가장 많이 가진 주체가 누구일까?
첫째, 대중매체이다. 티브이, 인터넷 신문이다.
둘째, 말을 가르치는 학교이다.
셋째, 일상의 말을 가르치는 부모들이다.
천박해진 말을 바로 잡기 위해선 영향력을 가진 주체부터 변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생각해야 하는 건 언어 자체의 문제이다.
모국어를 학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모국어를 자신있게 구사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맞춥법, 띄어쓰기, 혼란스러운 외래어 표기 등은 우리의 실력을 점점 떨어뜨리는 이유 중 몇 개에 불과하다.
인터넷 신문의 기사를 보면 기자라는 사람들 조차도 입벌어지게 한심할 정도이다.
일반 대중들 사이에선 엉터리 말이 그럴 듯한 말로 둔갑한다.
예를 들어 보자.
'우연찮게' ?????????? '우연치않게' ???????????? 어느새 '우연하게' 혹은 '우연히'라는 말이 '우연치않다'라는 있지도 않은 말과 동의어가 되었단 말인가.
또 하나, '개인적으로'
"저는 개인적으로 그건 옳지 않다 생각합니다."
"아무개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수없이 쓰이는 '개인적으로' 중 99.9퍼센트는 그 자리를 떠나도 되는 말이다.
굳이 '개인적으로'란 말을 써야 하는 경우는 상대방이 내가 속한 집단의 의견과 나의 개인 의견을 동일시하는 위험이 있을 때이다. 그럴 때엔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 예 한 가지는 '경우'라는 말이다.
'제 경우에는' 이란 말은 백 퍼센트 '저는' 으로 말해야 제대로 된 말이다.
<사족>
'멘붕'이란 말 제발 좀 쓰지 말자. 우리가 세계에서 영어를 제일 못하는 국민이란 티내는 것도 아니고.
영어를 쓰려면 영어로 우리말을 쓰려면 제대로 된 우리말로 바꿔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