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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앞에서의 한시, 문무일 총장의 속내는?
청와대 검찰총장 임명식에서 시 한 수가 흘러나왔다. 대통령 앞에서 문무일 신임 총장이 준비해 온 한시(漢詩) 한 수를 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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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하늘 노릇하기가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做天難做四月天•주천난주사월천)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란다.
(蠶要溫和麥要寒•잠요온화맥요한)
집을 나선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고 농부는 비 오기를 기다리는데
(出門望晴農望雨•출문망청농망우)
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날씨를 바란다.
(採桑娘子望陰天•채상낭자망음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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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내용을 두고 사람들의 해석이 제 각각이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한 문무일의 반항심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있고, 최고 지도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고충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잘 헤아리고 있다는, 다소 아부성 이벤트라는 해석도 있다.
시를 한편의 꽁트로 바꿔보면 더 재미있을 법 하다. 등장인물은 하늘님, 누에, 보리, 나그네, 농부, 뽕따는 아낙.
하늘님이 오늘은 날을 따뜻하게 해 주려 하자 보리가 성을 내며 안 된다고 한다. 누에는 제발 그래 주시기를 간청한다. 골치가 아파진 하늘님은 이 사안을 미루고 이번엔 비를 내릴지 말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러자 나그네는 부디 비를 내리지 말아 주십사 간청하고, 농부는 비가 와야 벼를 심을 수 있다며 간곡히 비를 청한다. 옆에 있던 뽕따는 아낙은 맑지도, 비가 오지도 않은 구름낀 하늘이어야 뽕따기 좋단다.
이 시의 주인공은 하늘님이다. 인간사에 적용한다면 이 하늘님은 위정자이고 누에와 보리, 나그네와 농부는 어떤 사안에 대하여 극단적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하늘님이 이것도 저것도 아닌 흐린 하늘을 조성하면 나그네는 비가 올까 불안하여 길을 떠날지 말지 가슴을 조이고, 농부는 비가 올지 말지 애간장을 태운다. 이러한 중도적 태도는 불안과 희망고문을 야기하는 것이다. 이 둘은 그렇다고 이러한 상황이 극단적으로 나쁘지는 않다. 그런대로 견딜 만 하기 때문이다. 나그네 입장에서 불안하지만 당장 비가 오는 것은 아니고, 농부 입장에서 기다리던 비가 오지는 않지만 뙤약볕에 작물이 당장 타 죽을 걱정은 모면했으니 그럴 것이다.
하늘님의 이러한 중도적 태도가 자기에게는 가장 유리한 이가 있다. 바로 뽕따는 아낙이다. 비가오면 축축하고 질척대서 싫고, 맑으면 햇살이 따가와서 싫다. 뽕 따는 일에는 흐린 날이 제격인 것이다.
이 시에서 하늘님은 국가 최고지도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의미한다는 것은 모두 알 일이다. 그렇다면 이 시를 읊은 문무일 총장은 저 등장인물 중에 누구를 의미할까? 단순히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고자 시를 읊은 것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고충이 얼마나 큰지 공감하고 있다는 의도였을까? 아니면 검찰개혁에 있어서 중도적 태도를 취해달라는 저항시의 의미? 아니면 충고?
만약 문무일 총장이 자신을 뽕따는 아낙에 비유하고자 이 시를 읊었다면 메시지는 명료해진다. 검찰개혁의 소임을 맡은 자기가 그 일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요청일 것이다. 즉, 개혁 드라이브를 걸되 내부의 지나친 반발이 터져 나오지 않을 정도의 온건함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무일을 통한 검찰개혁은 성공할까?
아고라에서
아지랭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