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는 혼자서는 거동이 어려운 사지마비의 척수장애인 여성이다. 자동차 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되었고, 불편한 손을 가지고도 두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고 있는 열혈주부이기도 하다.
그녀가 주민센터의 복지도우미로 취업이 되었다는 소식은 올해 초에 들었다. 전산회계 자격증도 취득하고 사회로 나갈 준비를 열심히 하던 차였고, 일반 고용시장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을 재원이여서 개인적으로도 취업을 권유하고 있어서 당연하게 생각을 했었다.
그녀는 자녀들이 성장을 해가고 있어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당당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 취업을 마음먹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대견한 마음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필자와는 같은 자조모임의 일원으로 정기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취업 이후에 그녀의 자존감과 자신감이 커지는 것을 느끼는 것은 모임의 일원들 모두가 느끼는 긍정적인 변화였다. 사회활동은 중증의 사지마비 척수장애인에게도 삶의 활기를 불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주말, 정기 모임에서 만난 그녀는 격앙된 목소리로 이럴 수가 있냐고 필자에게 애꿎은 하소연을 시작했다. 국민의 세금이 이런 식으로 낭비가 된다는 것이 화가 난다고도 했다.
사연은 이렇다. 올해 초 복지도우미로 취업이 되어 당연히 세금 내는 근로 장애인이 되었다. 그리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근로 장애인에게 필요한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하고 있는데 그녀도 출퇴근 차량에 운전보조장치도 지원받아서 너무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단을 통하여 공급업체에서 전화가 와서 손이 불편한 그녀를 위해 필기를 위한 필기보조기기세트를 지원하겠다고 했고, 그녀도 컴퓨터를 하거나 필기를 할 때 보조기기를 사용하던 차에 그리하라고 했단다. 그런데 전화상으로만 남자인지 여자인지?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 만 묻고는 제품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당연히 제품은 그녀의 손에 맞지 않았고, 마침 재활병원에 가던 길에 보내온 보조기기를 보정하여 사용이 가능한지 병원의 보조기기 기사에게 물어보니 안 된다고 하더란다. 휘거나 하면 부러질 수 있다면서...(재질은 좋은 제품이라 한다)
업체에 전화를 해서 나에게 맞지 않으니 반품을 하겠다고 했더니 ‘하나라도 맞으면 그냥 가지고 계시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럼 2개는 안 맞으니 반품하고 저한테 맞는 보조기기 2개를 똑같은 걸로 교환해줄 수 있냐고 업체에 물었고, 답변은 3개가 세트이므로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이 말에 그녀는 격분을 한 것이다.
이 제품의 가격은 33만원이다. 그녀가 현재 아주 잘 사용하고 있는 보조기기는 2만4천원에 병원에서 맞춘 것이다. 국민의 세금이 이런 식으로 낭비가 된다고 하니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필자가 생각해도 장애인마다 손의 모양이 다르고 관절의 각도가 달라서 1:1로 맞추어야 되는 성격의 제품이고, 최근에는 3D프린터를 이용하여 정밀하게 맞춤형으로 제작해주는 제품(플레이 그립)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이런 절차로 맞지도 않는 제품을 보급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보조기기는 대, 중, 소 또는 남, 녀 구분으로 나누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당사자의 몸에 맞아야 그 기능을 할 수 있는 거라 가급적 맞춤 제품을 보급해야 한다. 맞지 않거나 필요하지 않다면 당연히 회수되어 필요한 사람에게 사용되어야 한다.
이렇듯, 보조공학기기의 예산이 남아돌아가는 처지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고 설령 그렇다 치더라고 이건 너무했다.
‘장애인 보조공학기기 지원 사업’은 장애인의 고용촉진과 직업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직업생활에 필요한 각종 보조공학기기를 고용유지조건이나 무상으로 지원하는 제도라고 안내서에 적혀있다. 적절한 보조공학기기가 장애인에 보급이 되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이 제도의 목적이다.
이를 통해 근로 장애인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근로유지 및 장애인의 삶을 질을 높이려는 큰 뜻도 있을 것이다. 공단은 이렇게 일부 운영이 잘못되어 예산이 낭비되고 근로자의 원성을 사고 있는 상황들을 면밀히 파악하도록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주문한다.
필자가 직접 들은 이 사연이 만연되어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 아니고 해프닝이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