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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6년04월12일 09시57분 ]

대학 장애인권, 당사자 나서지 않으면 바뀌지 않아
 

장애인당사자 모임과 장애인권 조직이 소중한 이유
 

 

지난 1월 21일 서울대학교에서 ‘차별을 넘어 공존으로: 대학 내 장애인권 인식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대 인권센터가 주최한 이 토론회는 학내 장애학생들의 인권 실태를 점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을 논의하고자 마련되었다.
 

이 자리에는 서울대 장애인권동아리 턴투에이블(TurntoAble)과 서울대 총학생회뿐만 아니라 연세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 전문위원, 장애인권 관련 공익변호사들도 참석하여 장애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대안과 각자의 자리에서 지니고 있는 고민들을 공유해주었다.
 

개인적으로 토론회 내용 중 인상 깊었던 것은 ‘2000년대 서울대학교 장애인권 이야기’를 들려준 이정민 씨의 기고글이었다.
 

10여 년 전 서울대 학생사회에서 활발하게 일어났던 장애인권운동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그 글을 통해 과거의 학생들이 부딪히고 싸웠던 문제들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예전과 지금의 상황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정민 씨가 학교에 입학한 2002년도는 서울대가 최초로 장애인 입학 특별전형을 실시한 해였다고 한다. 당시 10명 내외의 장애학생이 입학했으나, 서울대는 이들을 받아들일 만한 충분한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
 

이에 따라 비장애인 중심적인 환경을 개선하고 장애학생들의 권리를 확보하고자 뜻있는 학생들이 모여 2002년 9월 ‘장애인권연대사업팀’(이하 ‘연사팀’)을 결성했다.
 

이들의 열띤 활동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 제도적인 결실을 맺었다. 2003년부터 학교에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설립되었고, 장애학생들을 위한 각종 편의 지원 제도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련된 정책과 서비스 덕택에 2010년대의 서울대 장애학생들은 비교적 큰 어려움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그렇다면 2016년 현재 서울대의 상황은 어떠할까? 더 이상 2000년대와 같은 뜨거운 학내 장애인권운동은 필요치 않은 것일까?
 

실제로 연사팀은 2010년 즈음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오지 않아 자연스럽게 해체되었다. 그때부터 2014년 말 턴투에이블이 생기기 전까지 서울대 내에 장애학생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조직은 사실상 부재했다.
 

제도화된 장애학생 지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어서 당사자가 직접 목소리를 낼 필요성이 줄었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심지어 10년 전에 제기된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경우도 존재한다. 이정민 씨의 기고글은 이를 날카롭게 증언하고 있었다.
 

이정민 씨에 따르면 2000년대 초부터 서울대 장애학생들은 휠체어를 타거나 보행이 불편한 학생들을 위해 학내 저상셔틀버스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동편의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장애학생들이 비장애인 학생들과 분리되지 않고 함께 교내 순환버스를 타며 수업을 오갈 수 있는 일상적인 생활권의 차원에서도 중요하게 제기된 문제였다. 그러나 학교 본부는 학내 도로의 경사도가 심하고 과속방지턱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을 주요한 이유로 하여 셔틀버스 저상화를 거부했다.
 

글에서 이정민 씨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학교가 비슷한 이유로 저상셔틀버스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일 것이라고 썼다. 그리고 그 ‘참으로 안타까운 일’은 애석하게도 지금의 현실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 이상의 시간이 흐를 동안 학교는 학내 도로 여건을 개선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저상 셔틀버스는커녕, 교내로 진입하는 시내버스 노선이 기존에 도입한 저상버스마저도 학내 도로 사정을 이유로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2012년도에 저상버스를 도입한 5516 버스노선은 서울대 내 과속방지턱으로 인해 차체 고장이 잦다는 이유로 1년 만에 저상버스를 폐지한 바 있다. 이때도 학교는 저상버스 운행에 적합한 환경을 마련하려는 태도를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지체장애 학생을 위한 교내 이동편의차량이 1대 있으니 저상버스가 달리 필요 없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문제가 되는 도로 사정은 그대로 방치했다. 실제로 장애학생들이 저상버스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수요를 조사하거나 그들의 의견을 수렴한 적도 없었다.
 

이 기간 동안 장애학생들이 목소리를 낼만한 창구나 조직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했다.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있긴 했지만, 센터는 이미 마련된 제도를 집행하는 역할을 할 뿐, 새로운 장애인권정책을 능동적으로 개발하거나 요구할 권한이 없었다.
 

결국 장애학생들이 새롭게 모여 만든 동아리 턴투에이블이 2015년에 과속방지턱 보수 공사와 저상버스 재 운행을 치열하게 요구한 끝에야 5516 저상버스가 다시 교내로 들어올 수 있었다.
 

10여 년 전부터 제기된 학내 저상버스 문제는 장애당사자가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하고 행동에 나서지 않는 한 학교가 ‘알아서’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당사자가 목소리를 높였을 때 비로소 꿈쩍도 않던 현실이 바뀌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대학 내 장애인권 보장이 10년 전에 비해 진일보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바뀌지 않은 문제들이 다수 존재한다. 아직도 서울대에는 저상화된 셔틀버스가 한 대도 없으며, 휠체어가 접근할 수 없는 곳이 많고, 대다수 구성원들의 장애 이해나 인식은 부족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좋은 제도가 있다 해도 현실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 예로, 2015년 초에 개관한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관정관은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구역이 곳곳에 있어 2008년부터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버젓이 어기고 있다. 관정관 1층과 2층은 엘리베이터 없이 계단정원으로만 구분되어 있고, 옥상정원은 그 입구까지 계단밖에 없어 휠체어가 진입할 수 없다.
 

관정관 후생관의 경우, 1층에 입점한 6개 편의시설 출입구 모두에 20cm 가량의 턱이 있어 어느 곳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다는 충격을 주기도 했는데, 이곳에 진입 경사로를 만들기 위해 턴투에이블은 2015년 내내 학교에 항의하고, 국가인권위원회 및 서울대 인권센터에 차별 진정을 넣어야 했다.
 

현행법이 보장하고 있는 아주 기본적인 출입구 경사로마저도 당사자가 일일이 지적해야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어찌 보면 그만큼 장애당사자의 목소리가 절실하고 중요하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대학 내 장애인권운동이 폭발적으로 전개되었던 2000년대 초반으로부터 어언 10년이 흘렀지만, 현실을 바꾸는 기본적인 원칙은 변함이 없다.
 

“Nothing About Us, Without Us!(우리를 제외하고는 우리에 대해 아무 것도 논하지 말라!)”
 

장애당사자가 나서지 않는 한, 비장애인 중심적인 환경이 저절로 바뀌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대학 내 장애인권 증진에 있어서, 10년 전의 열기만큼은 아니어도, 여전히 장애인 당사자 모임과 장애인권 조직이 소중한 이유이다.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 이하나 (rikorea2012@hanmail.net)

/영남장애인신문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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